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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물상자 12 - '선물...!'
    스토리박스/[단편]상자 (The Box) 2013. 6. 13. 23:33


    기름의 남자에게 어제와 전혀 다른 아침이 밝았습니다. 
    남자는 가족들에게 큰 돈다발을 보여주고 긴 여행을 위한 짐을 싸라고 했습니다. 

    "기름이 좀 좋은 값을 받았어요-
    천천히 설명할게요~ 아버지, 어머니..
    고맙고 사랑해요.. 당신..^^
    푹~ 쉬러 갑시다~~"

    그가 무심코 건넨 선물이 어떤 결실로 돌아왔는지...
    그동안 이 (보물 같은) 기름을 어찌나 하찮게 여겼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상자 속에 자신의 '기름'이나 
    그 남자의 '구슬' 같은 '보물'들이 숨겨져 있을는지...

    남자는 설명을 바라는 가족들의 재촉에 그저 미소를 보낼 뿐, 
    머릿속은 온통 시장에서의 일과 '상자'에 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남자의 가족들은 유람선을 타고, 전세기를 타고 세계 각국을 다녔습니다. 
    낮에는 진귀한 요리들과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매일 저녁마다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즐거운 토론의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의 얼굴을, 표정을, 감정을, 생각을, 취향을, 버릇을... 
    마치 처음으로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반면 남자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경치를 보면서도, 
    다음날 일정을 위해 다투기도 하는 가족을 보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상자' 생각뿐이었습니다. 

    '이상해... 이상해......
    왜..? 이 기름병은 여전히 그대로 인 거지..? 
    그 대단한 능력을 가진 기름이 가득 담긴 이 병은 왜...? 여전히 낡은 채로...?'

    "자기야..! 자기 생각은 어때..?!!"

    아내는 관광 지도를 펴놓고 
    자신이 원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은채 남자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상자 속 다른 물건에 떨어뜨렸을 때도 그대로이고.. 
    심지어 불에 덴 흉터에 발랐을 때도 그대로이고..'

    남자는 아내의 말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내 기름이 내게는 아무 효과가 없는 거지...?'

    가족들끼리 의견이 부딪혀 또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생각이 흩트려진 남자가 끼어들었습니다. 

    "저기.. 그만 돌아갈까요..? 집으로...?
    일정이 너무 힘드셔서 예민해지신 것 같은데.. 
    내일부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까요..?"

    남자는 어느새 가족들의 다툼을 멈추는 요령을 터득했습니다. 

    "아니다 얘야~^^ 그래그래 내일은 손주가 원하는 데로 가자꾸나~^^
    괜찮지 어미야..? 괜찮죠..? 영감..?"

    "아... ㅎ 네~ 어머니~~^^"

    "그.. 럼 할멈~"

    남자는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남자는 가족들의 잠자리를 다 챙기고,
    혼자 호텔 발코니에 앉았습니다.
    아름답게 빛나는 무수한 별이 박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


    .
    .


    '...!! 
    맞아.. 선물...!'

    남자는 자신의 머릿속에 번쩍인 
    '선물'이라는 단어에 놀라 벌떡 일어섰습니다. 

    '이 여행을 가능하게 한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결정을 한다면..?!

    이 상자를 거저로 나눠준 어떤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결정을 한다면..?!
    ...

    만약 내가 
    이것을 '선물'로 사용하지 않고 
    가족이나 시장 사람들을 상대로 권력으로 사용했다면..?

    ...

    맞아...!!
    이 '상자'를 나눠 주신분(?)도 수천 년 동안
    이것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 않잖아..!!

    아마도 이것은...
    부모로부터 받는 '생명'이나 '유산'처럼 대가 없는 '선물'이 아니었을까..?

    ...!!

    아.. 그래서.. '선물'이라서..!!??'
    '선물'은 애초에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서..?!'

    남자는 잠든 가족들의 상자를 하나씩 꺼내 왔습니다. 
    각자의 상자 속에는 매일의 고단한 삶을 위해 예비돼있는 각종 '물건'들이 
    (혹은 그렇게 믿어져 온 '물건'들이) 생기를 잃고 가지런히 뉘어져 있었습니다. 

    남자는 '온전케 하는 기름'이 들어있는 나무 호리병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가족들의 물건들 하나하나에 정성 들여 떨어뜨렸습니다. 
    (이상한 건 이 기름병은 항상 같은 무게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치 매일매일 새 기름이 채워지는 것처럼..)

    기름 향이 공중으로 퍼질 때마다 
    남자의 가슴에는 천국이 내려오는 듯했습니다. 
    '선물'을 주는 자의 기쁨..

    모든 태어나는 새 생명에게 '상자'를 선물하는 이의 기쁨이 
    남자를 덮어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것은 도저히 무를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아... 그래서...
    권력으로 쓰지 않으셨구나..
    아.. 이래서..
    빼앗지도 않으셨구나..'

    남자는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남자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
    .
    .


    한편...

    여전히 시장에는 두려움과 타성에 갇힌 사람들이 가득했지만..

    기름의 남자가 떠난 뒤로 시장에는 
    자신들의 물건을 팔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그들이 가진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를 
    하루 종일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기름의 남자에게서 전재산을 지불해 기름을 산 몇 사람 중 '한 사람'은 달랐습니다. 

    그는 그 기름으로 자신의 주 수입원이었던 
    '정확한 주판'에 떨어뜨렸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세무업무와 회계업무를 봐주며 
    많은 돈을 벌었던 그는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밤새 짐을 싸서 아이를 데리고 남자를 떠나 버렸습니다. 

    그는 기름의 남자가 돌아오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마음은 원망에서 증오로 자라 살의로 까지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죽여버릴 거야..!
    그가 그 '기름'으로 모든 걸 가지도록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모든 걸 빼앗고.. 
    스스로 그들에게 왕이 되려고 하는 그놈을.. 
    내가 반드시 죽일 거야..!
    다 빼앗아서.. 결국 우리를 노예로 삼고 조종하려는 거야..! 
    내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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