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보물상자 7 - '특별한...'
    스토리박스/[단편]상자 (The Box) 2013. 5. 11. 20:19



    구슬의 남자가 여인에게 다가갔습니다. 

    여인의 옆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서 '기쁨의 구슬' 하나를 건넸습니다. 
    하얀 (뼈 같은) 손이 머리카락 사이로 불쑥 나오더니 
    남자의 손에서 구슬을 낚아챘습니다. 
    남자는 놀랐지만,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어조로 말했습니다. 

    "이 구슬에 잘 어울리는 목걸이 줄을 디자인해 주시겠어요~^^"

    구슬이 들려진 하얀 손이 들어가자 머리카락 사이로 빛과 향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조금 놀란 듯.. 여인의 몸 전체가 작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 디자인을 해달라고요..?"

    "네.."

    "... 그런 건 해 본 적이 없는데요.. 
    저는 단지 원하는 걸 말씀해 주시면 그대로 그릴 수 있을 뿐입니다. 
    선생님.. 원하시는 디자인을 말씀해 보세요.. 
    제가 그대로 그려 드릴 수 있어요.. 
    그것이 제가 가진 능력입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디자인을 말씀해 주세요.."

    "아... 제 말씀은... 
    제 생각이 아니라.. 당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목걸이 줄을 디자인해 주셨으면 한다는..."

    "아니.. 제가 가진 능력은 그런 게 아닌데요..."

    "물론.. 당신의 능력도 탁월하고 특별하지요.. 하지만..
    전 당신이 가진 능력보다는..
    당신의 특별함과 유일함에 관심을 가졌어요..^^"

    "...... 제가... 특별하다고요...?!"

    "네.. 당신은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지요~"

    "... 그렇지 않아요..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고작 작은 스케치북 한 권과 
    검은색 펜 한 자루뿐인걸요..? 

    제겐 선생님이 가지신 이런 특별한 구슬 같은 건 한 가지도 없는걸요..
    그러니..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음... 아니에요.. 당신은 특별해요..
    당신에게 있는 그 화구는 저한테도 없고, 이 세상 누구에게도 없으니까..
    그것도 아주 특별한 것이잖아요..
    하지만..
    정말로.. 당신이 특별하다는 것은...
    당신이 가진 물건이나 긴 시간 갈고닦은 그 비상한 능력이 아니라.. 
    온 우주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당신의 존재 자체이지요..^^"

    "... 하지만......"

    "그리고 제가 가진 구슬이나 당신의 화구는 그저 우리의 특별함을 돕는 도구일 뿐이지.. 
    그것이 우리 존재를 대변하지 못하지요~. 
    상자는 우리가 태어날 때 주어진 선물일 뿐이잖아요~^^"

    "... 선생님... 저는... 잘 이해가....??"

    (사실 구슬의 남자도 이 여인과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이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을 듣고 있자니 
    오히려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럼 좀 쉬운 주제만 가지고 말씀드리자면....
    제 생각엔..
    당신이라면 제 머릿속에는 없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것은 오직 당신만의 것일 테고..
    심지어 당신은 그것을 그대로 그려낼 수도 있잖아요..^^"

    "선생님.. 하지만..."

    "게다가.. 
    제가 어떻게 당신의 취향을 알 수 있겠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제 취향은 또.. 왜..? 
    제 일은 손님이 원하시는걸 그려 드리는 것인데요...?"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습니다. 
    조금 갈라진 마리 카락 사이로 하얀 얼굴과 커다란 왼쪽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 완성될 목걸이는 당신의 것이기 때문이에요~^^ 
    솔직히 말해선 제가 당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당신의 피부색과 왼쪽 눈, 풍성한 머리카락뿐이지만.
    이 구슬로 만들 목걸이가 당신에게 제법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오늘 제게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누군가에게..^^"

    "...."

    "그러니.. 그 특별한 구슬에 어울리는 줄을 그려주세요.. 당신 마음에 드는..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으로요..
    이 세상에서 그걸 그릴 수 있는 분은 당신뿐이잖아요..^^"

    "........"

    여인이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머리카락 속에서 작고 영롱한 구슬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름답고 향기롭고 잔잔한 기쁨마저 솟아나는 신비로운 구슬로 인해 
    가슴속 깊은 곳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 구슬이 나에게 어울릴 거라고..?! 
    이 아름다운 구슬이..?!
    오직 나만이 그릴 수 있다고...?!
    내가 특별하다고...?!'

    여인의 손은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 떨림은 가슴속에서 일어난 파장의 영향이었습니다. 
    남자의 어려운 이야기 탓인지, 구슬의 빛과 향기 때문인지..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프고 두려웠지만 알 수 없는 기대감 또한 솟구쳐 올랐습니다. 

    구슬에서 나는 향기가 코끝을 만질 때마다 가슴속은 더 심하게 요동쳤습니다. 

    이제 눈이 정말 뜨거워졌습니다. 
    마치 가슴속에 단단한 덩어리가 마그마가 되어 눈으로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구슬의 남자는 떨리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손을 얹어..
    살짝 하지만 힘 있게 붙들어 주었습니다. 

    남자도 함께 울기 시작했습니다




      




































    ("녹다. 터지다. 흐르다. - 마음", 조수연作)


    [이미지 출처 : http://sionsoo.tistory.com/53 ]








    2013/05/18 - [연재소설/보물상자 season.1] - 보물상자 8 - '기름부음'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