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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물상자 5 - '돈이 된다면...'
    스토리박스/[단편]상자 (The Box) 2013. 5. 10. 08:37


    값을 따질 수 없는 진귀한 보물상자를
    거저로 얻게 된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나이 때에 그의 부모님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적힌 황금빛 메모와 함께 그 상자를 선물 받았습니다.


    상자는 태어나는 순간 모두에게 지급되지만
    이 세상 그 누구도 서로 같은 것을 가지지 않았고, 
    이 세상 그 누구도 타인의 것을 뺏거나 훔칠 수는 있어도
    결코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루가 지나면 연기가 되어 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직 서로가 합의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소유한 사람의 뜻에 따라 무상으로 타인에게 증여는 가능합니다.
    이 상자의 개봉과 내용물의 처분 방식은 전적으로 
    상자의 소유주의 선택과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여인이 이십 세 무렵이 되어 기대에 차서 열어본 상자에는 
    단지 작은 스케치북 한 권과 검은색 펜이 한 자루 들어있었습니다. 
    '재생 화구'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름대로 닳지 않고 줄지 않는 종이와 펜이었습니다. 

    여인이 부모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스케치북과 검은색 펜 중에 어떤 것이 저에게 물려준 유산인가요..?"


    (다른 사람의 상자 속의 물건은 시장에 나가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 최초로 받은 상자 속 물건은 서로 절대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간혹 그 부모가 유산으로 물려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아이의 상자에 물건을 넣은 부모들조차 아이의 상자 속 물건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상자의 소유주가 자유의지로 스스로 열어보기 전까진 상자 속 물건은 육안으로 
    분별할 수 없는 드라이아이스 연기같이 상자 속에 머무르며 고요하게 운동하는 
    반기체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세상 모두는 서로가 가진 상자 속 물건의 가치나 
    우열을 분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시장에서 다른 가격으로 거래될 뿐이었습니다.)


    여인의 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딸아.. 미안하지만. 우린 네 상자에 아무것도 넣어주지 못했단다. 

    네가 알다시피 네 엄마의 상자에는 굵기와 길이가 마음대로 변하는 
    '다되 바늘'과 '무한실'을 가지고 평생을 다른 사람들의 옷을 지어 팔고 있고, 

    또 네가 알다시피 이 아빠의 상자에는 여러 가지 소리를 낼 수 있는 
    '나불 나팔' 뿐이었고, 난 그것으로 장터에서 사람들을 위해 연주를 하고 
    겨우 몇 푼의 연주비를 받고 살지 않니.."

    여인의 어머니가 대답합니다. 

    "그나마 요즘은 뜨개질로 만든 옷을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네 아버지 자리도 새로운 악기를 가진 젊은 연주자들 때문에 
    시장에서 자꾸 구석으로 밀려나고 있어서..
    시장에서 좀 더 먼 곳으로 이 집도 옮겨야 할 형편에 되었단다.."

    아버지가 말을 잇습니다. 

    "딸아.. 네 상자의 든 물건을 보니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은데.. 
    펜은 단지 검은색뿐이구나..

    네가 알다시피 그림을 위한 색이 있는 펜들이 얼마나 비싼지.. 
    우리 형편엔..
    게다가 네가 그림을 그린다고 누가 사주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좋으냐.. 우린.."





    여인이 대답했습니다. 

    "아빠. 엄마. 
    그래도 이 스케치북은 뜯어도 뜯어도 줄어들지 않고, 
    펜도 촉이 닳거나 잉크가 줄어들지 않는 '재생 화구'이니까..
    무한히 연습을 하고 또 하면..
    사람들이 제 그림도 사 주지 않을까요..?"

    "무엇을 그릴 거니..?"

    "음...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요..?"

    "맞아.. 아빠도 한때는 시장에서 유명한 연주자였지만..
    인기는 신기루와 같지..
    돈만큼 힘이 되고 영원한 건 없는 것 같더라.. 
    무엇이든 돈이 되는 그림을 그리거라.."

    "네 아빠..."








    2013/05/11 - [연재소설/보물상자 season.1] - 보물상자 6 - '무덤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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