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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물상자 4 - '기쁨의 구슬'
    스토리박스/[단편]상자 (The Box) 2013. 4. 29. 16:02



    값을 따질 수 없는 진귀한 보물상자를

    거저로 얻게 된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나이 때에 그의 아버지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적힌 황금빛 메모와 함께 그 상자를 선물 받았습니다.





      

    상자는 태어나는 순간 모두에게 지급되지만
    이 세상 그 누구도 서로 같은 것을 가지지 않았고, 
    이 세상 그 누구도 타인의 것을 뺏거나 훔칠 수는 있어도
    결코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루가 지나면 연기가 되어 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직 서로가 합의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소유한 사람의 뜻에 따라 무상으로 타인에게 증여는 가능합니다.

    이 상자의 개봉과 내용물의 처분 방식은 전적으로 
    상자의 소유주의 선택과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그가 20살이 되었을 때 이 상자를 처음 열어보게 되었고,

    그도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상자 안의 물건들을 처분해서

    작은 사업을 시작해 보려 했습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자신만의 사업을 일으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일매일 자신의 상자 안의 물건들을 팔아왔지만,

    그 날은 너무나 소원해 보였습니다. 


    이제 값어치가 나가 보이는 물건들은 거의 다 처분한 상태였고,


    그중 너무너무 오래돼 보이는 가죽 주머니가 남아 있었고,

    그 안에는 수많은 빛바랜 구슬들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그 빛바랜 가죽 주머니와 그 안에 잔뜩 든 구슬들은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채 수십 년간 이 남자와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이 구슬들은 무엇인가요..?"


    "아들아.. 나도 알지 못한단다. 

     그건 내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그 시작은 언제인지 도무지 알 수는 없는 그때부터..

     우리 가족에게 전해져 내려온 것인데,

     시장에 가져가 봐야 단하나도 팔리지 않았고, 

     네가 보다시피 그 뗄 수 없는 꼬리표에 '기쁨의 구슬'이라고 적힌 바람에

     사람들의 놀림만 더 받았단다.."


    "그렇다면 왜 이건 제게 주셨나요..?"


    "그야.. 내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그래 왔기 때문이지..

     너도 가지고 있다가 네 자녀에게 주어질 새 상자에 슬쩍 넣어 주렴.."


    "...."




    그래서 그는 오늘도 시장에 나가 좌판을 펴고

    몇 가지 남지 않은 물건들은 최대한 잘 보일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물론 수천 년째 물려내려 온 낡은 가죽 주머니도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이 상자 속 물건은 누구도 훔쳐갈 위험이 없었습니다. 

     가져가 봤자 하루가 지나면 연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돌아왔을 때 자신의 열린 상자에서 찬란한 빛과 
    마치 색깔이 보이는듯한 향기가 사방으로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 정확히는 바로 그 낡은 가죽 주머니 속 구슬들에서였습니다.


    사람들이 그 빛과 향기에 이끌려 이 남자의 좌판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몰려드는 사람들 속에서 

    수십 년째 옆자리에 앉아있던 동료(?)와 처음으로 얼굴이 마주쳤습니다.


    옅은 미소를 뗘주는 동료의 눈을 보자
    이 구슬 남자의 눈에서도 향기가 날 것만 같은 커다란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은 구슬 남자에게

    자신들의 생애 최고의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 구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옆자리의 동료에게서

    그날 처분한 구슬의 값의 절반과 구슬 세 개를 지불하여

    동료의 "온전케 하는 기름" 세 방울을 구매하였습니다.


    이전의 어떤 물건도 이 남자의 구슬 값에 비견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 금액은 너무도 어마어마한 것이었습니다.



    구슬의 남자는 사람들의 아우성을 뒤로하고 자신의 좌판을 접고 일어섰습니다.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상자 안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2013/05/10 - [연재소설/보물상자 season.1] - 보물상자 5 - '돈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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