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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물상자 3 - '슬픔의 구슬'
    스토리박스/[단편]상자 (The Box) 2012. 8. 16. 17:52



    값을 따질 수 없는 진귀한 보물상자를
    거저로 얻게 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나이 때에 그의 아버지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적힌 황금빛 메모와 함께 그 상자를 선물 받았습니다.




    상자는 태어나는 순간 모두에게 지급되지만
    이 세상 그 누구도 서로 같은 것을 가지지 않았고, 
    이 세상 그 누구도 타인의 것을 뺏거나 훔칠 수는 있어도
    결코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루가 지나면 연기가 되어 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직 서로가 합의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소유한 사람의 뜻에 따라 무상으로 타인에게 증여는 가능합니다.

    이 상자의 개봉과 내용물의 처분 방식은 전적으로 
    상자의 소유주의 선택과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늘 그랬듯이 그는 
    오늘도 시장에 나가 자기의 상자에서
    물건들을 꺼내 팔고 있었습니다.




    그도 세상 사람 모두가 그러는 것처럼
    자신의 한 달 생활비와 각종 대출금에 공과금
    부모님 용돈과 아이 양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매일 같은 자리에 매일 같은 동료들에 둘러싸여
    자신에게 주어진 상자의 물건들을
    가장 적당한 가격에 팔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자기 옆자리에서
    물건을 팔고 있던 동료를 바라보게 되었고.



    그가 내놓은 물건들을
    무심코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항상 자신의 물건들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값을 받기만 바라는 마음에.
    한 번도 옆자리에 있던 동료와
    동료의 상자 안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동료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는 동료가 늘어놓은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그중.
    빛바래고 때가 잔뜩 낀 작은 구슬들이 담긴 
    낡은 가죽 주머니가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기쁨의 구슬’이라고 라벨이 붙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보기엔 동료의 가죽 주머니 속 그 구슬들은 
    아무리 보아도 

    '슬픔의 구' 같아 보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상자 안의 물건들 중에서 
    ‘온전케 하는 기름’이라고 라벨이 부은 나무 호리병을 꺼내어
    기름 한 방울을 동료의 낡은 가죽 주머니에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물론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한 행동입니다.
    거창한 결과는 기대하지 않았고, 단지 그렇게 하면 
    그 구슬들이 잃어버린 기쁨을 찾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동료의 구슬들은 정말 마술처럼
    다시 영롱하고 신비한 빛을 발하고
    심지어 구슬에서 스며나온 아름다운 향기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리에 돌아온 동료는 자신의 오래된 구슬 주머니에서
    빛나고 있는 구슬들을 보며 말문이 막혔습니다.



    다시 빛나게 된 동료의 ‘기쁨의 구슬’들은
    그날 시장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리게 되었고..

    그 구슬을 사가는 사람 모두 어느 때도 맛보지 못한
    큰 기쁨을 느끼며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온전케 하는 기름’은 그날 단지 몇 방울만 팔았을 뿐이지만
    수십 년 만에 온 가족이 아주 길고 풍성한 휴가를 떠날 만큼의 
    값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가 휴가를 떠난 긴 시간 동안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상자의 내용물들이
    생각보다 꽤나 값어치가 나가는 것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04/29 - [연재소설/보물상자 season.1] - 보물상자 4 - '기쁨의 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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