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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 회 복 - 생일선물
    청년백수,'예수'를 만나다./5. 회 복 2010. 8. 30. 14:42



    기록된바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도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지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

    [고린도전서 2:9]



    골수 기증 후에도 다시 술과 담배와 한탄으로 나 자신을 절이고 있던 그해 여름 어느 날. 그날은 내 생일이었고, 내 생애 가장 외로운 생일날이었다.

    쪼리 슬리퍼를 발가락에 대충 끼운 체, 혼자 홍대 앞 'bar 다'에 앉아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나와 비슷한 솔로족들은 사장님이나 바텐더와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바텐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들 있다.

    흑맥주 한 병과 잭콕 한 잔을 시켰다. 흑맥주가 잭콕의 안주가 되어 주고, 잭콕이 흑맥주의 안주가 되어 준다. 언제부턴가 술을 매일 먹고 있었지만, 잠은 여전히 들기 힘겨웠다. 이제는 더 이상 술자리가 좋다는 둥 사람이 좋다는 둥 핑계를 대지 않는다.

    나는 술을 참~ 좋아하는 삶이 되었고, 술도 점점 내가 좋아지는지, 오래도록 먹고 있어도 잘 취하지 않는다. 점점 술이 없는 밤은 허전해지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싹수없다고 내가 늘 핀잔만 주던 후배가 들어왔다.

    잠깐 인사를 나누고 맥주 한 병을 시키더니,

    "오빠~ 클럽 안 갈래요~?"

    얘는 참 해맑다.

    항상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잭콕과 흑맥주 두 set를 더 주문하고 마셨다. 이렇게 먹으면, 싸게 빨리 취할 수 있어서 좋다.

    홍대 앞 10년 차. 원래 몸치인지라 춤추는 것도 좋아하진 않았지만……이 동네서 술만 먹을 줄 알았지 그 유명하다는 클럽엘 가본 적이 없다. 어느새 bar에서 나와 그 후배를 따라나섰고, 클럽이란 대가 발가락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슬리퍼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도 출입할 수 있는 곳인지 살짝 궁금해 지기도 했지만, 술이 취해서인지 이내 내 눈은 젊은 여자들을 따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2층에 10평 남짓한 공간의 클럽 '스카(

    Sk@)'

    .

    허름한 문을 열자 귀청이 떨어질 듯 음악이 흘러나온다. 
    입장료를 내고 받은 티켓을 내밀자 맥주 한 병을 준다. 
    벽에 붙어 있는 작은 테이블 같은 곳에 맥주를 올려다 놓고, 구경을 했다. 다들 이름표도 없는 맥주병들을 그곳에 올려놓고 춤을 춰 대느라 정신들이 없어 보였다. 나를 끌고 온 해맑은 그 아이. 묘한 분위기의 여자 하나를 끌고 나에게 와서는 소개팅이라며 서로 인사를 하랜다.


    작고 동그랗게 생긴 여자였다. 춤을 얼마나 췄는지 땀으로 옷이 다 젖어 있었다. 
    나는 이미 많이 취해 있었고, 이제는 그 벽에 붙어 있는 작은 테이블들에 올려져 있던 맥주를 아무거나 집어 들고 먹고 있었다. 몇 병이나 먹었는지도 기억나질 않았다. 어느덧 나의 손은 그 여자의 볼을 만지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귀엽게 생기셨네요……'


    그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시끄러운 클럽을 나와서 문을 닫은 아무 가게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는 나보다 4살이 위였고, 술은 한잔도 할 줄 모르는 여자였다. 작은 의류회사를 경영한다고 했다. 나는 취하기도 했지만, 늘 그랬듯이 나는 나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여자 내 이야기를 너무 잘 들어준다. 마치 엄마 같았다. 가끔 등을 다독여 주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현실보다 더 괜찮을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만난 우리는 1년여 교제 후. 같은 비전을 가지고 함께 일을 하게 되었고, 동거를 시작했으며,

    4년 후가 되었을 때는 온갖 대출과 사채, 맞보증이라는 거미줄로 그간 쌓아 온 사랑과 우정과 전우애만큼이나 끈끈하게 얽혀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항해하던 배는 가라앉고 있었고, 그 침몰해 가던 배에는 우리 둘만 남겨진 상황이었다.

    같이 빠져 죽던가 이미 내 살처럼 되어 버린 것을 고통스럽게 잘라내고 도망쳐야 하는 순간에 서 있었다.

    그 시간들은 생각보다 길게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나님을 만나고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지 3개월 정도가 지났지만, 여전히 이 여자에 대해서는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2010/08/30 - [† 청년백수, '예수'를 만나다./5. 회 복] - 21. 회 복 - 결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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