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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 교 감 - 소 통
    청년백수,'예수'를 만나다./4. 교 감 2010. 8. 27. 09:35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그들을 알며, 그들은 나를 따르느니라 
    [요한복음 10:27]





    학창 시절 아르바이트로 CF 세트나 소품 제작 일을 하러 다닌 적이 있다. 주로 세트장이나 작업하는 현장이 서울 외곽에 있었기 때문에 여러 명이 한 차로 출퇴근을 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당시 내가 주로 운전을 하고 3~4명 정도가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지루한 시간도 때울 겸 끝말잇기 게임으로 이동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것도 이제 지겨워질 때쯤에 내가 새로운 게임을 제안했었고, 그것은 이름하여 '초성게임'이라는 것이었다. 각자가 'ㄱ' ~ 'ㅎ'까지 자음 중 하나씩을 생각해 놓고 있다가 하나, 둘, 셋이라는 신호에 맞춰서 순서대로 하나씩 말한다.

    만약, 'ㄷ' 'ㄹ' 'ㅁ'이라는 자음 3개가 나왔다면, 이 자음들이 초성이 되는 단어를 빨리 맞추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었다. '다리미' 나 '두루미' 등이 정답이 되는 식이었고, 가끔 겹치다 보면, '더런 몸'(더러운 몸)과 같이 말은 되지 않지만, 웃기거나 하는 것들도 정답으로 인정해 주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님을 만나고 처음으로 그분이 나에게 소통하신 방식이 바로 이 방식이었다. 황당했지만, 나를 너무나 잘 아시는 하나님이기에 당연하게 받아 드렸다.


    이런 식이었다. 어느 날 'ㅇ' 'ㅅ' 'ㅂ'라는 초성들이 문득 떠 올랐고, 나는 곧바로 '임산부'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희한하게 그 한 주 내내 '임산부'라는 단어를 매일 듣게 되었다. 교회의 한 부부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과 그 주 동안 참가한 집회에서는 2009년이 히브리 달력으로 8을 상징하는데, 이것은 새로운 것을 잉태하고 해산하는 '임산부' 같은 의미도 있다고 했고, 이 밖에도 거의 매일 임산부라는 단어와 그 비유와 관련된 깨달음을 내게 주셨다.


    그 후에도 여러 번 이 방식으로 내게 말을 걸어오셨고, 더욱 다양한 나만을 향한 소통방식을 만들어 내고 계셨다. 새로운 소통 방식이 생기기 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향한 새로운 언어를 내가 눈치채기 전까지는 하나님이 한 번씩 없어진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내겐 친밀하고도 필수적인 소통의 방식이었다.

    오늘은 또 어떤 루트로 내게 말씀하시게 될지 잠잠히 기다리고, 끊임없이 발견하려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내 기도의 방식은 무릎을 꿇고 경건한 자세로 틀에 박힌 말들을 이어가는 식이 아니라, 제일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하. 나. 님 ~ ' 해 놓고 기다리는 식이 되었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모든 신앙인에게 나와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시지는 않겠지만, 나에게는 이 방식이 하나님과의 소통의 수단과 동시에 매우 특별한 처방전임을 알게 되었다. 성질이 급하고, 생각과 동시에 말을 하는 버릇. 이것으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상처를 줘 왔고, 스스로도 이런 나 자신이 너무나 싫었었다.


    하나님은 이러한 소통방식으로 내 호흡을 느리게 조정하셨고, 말을 내뱉기 전에 좀 더 오래 생각하게끔 나를 유도하셨다. '아~ 정말 나와 관계된 하나님이 분명하구나~' 하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2009년 3월 어느 날에는. 스쿠터를 타고 법원에 개인회생과 관련해서 보정서류를 제출하러 갔다 오는 길에, 횡단보도 신호에 정지선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다. 내 눈앞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아이가 보였고, 쌀쌀한 날씨에 어깨는 잔뜩 움츠리며, 손에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을까 말까 하며 망설이는 아이를 보면서 살짝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그냥 집에 가서 먹지..ㅋ'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성령께서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탐욕의 모습이 저런 것이란다……'

    손에 들려 있는 아이스크림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에 대한 기억이 온 감각을 자극하고 있고, 동시에 쌀쌀한 날씨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들어갔을 때의 느낌을 또한 온 감각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 순간 어쩔 줄 몰라하며, 결국 크게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고는 고통인지 즐거움 인지도 모를 통증과 같은 것을 겪게 되는 모습. 탐욕이 사람의 판단과 행동을 어떻게 이끄는 것인지 이런 가벼운 장면으로 보여주시는군요……

    하나님께서는 그 후로도 수많은 다른 방식으로 내게 말씀하셨다.


    심지어 수 천 년 동안 반복해서 보여주고 계시는 자연계와 물질계를 통해 어떤 말씀을 어떻게 하고 계셨는지를 새로이 발견하고 깨달을 때마다 '하나님은 정말 수다쟁이'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우연히 눈앞에 목격되는 '상황'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방식이 내겐 가장 흥미롭다. 이것을 읽어내기란 여간 쉽지 않은 것이지만, 그만큼 하나님께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그 말씀들이 들린다.

    나의 성향을 가장 잘 아시는 하나님은 내 관심을 어떻게 집중시킬 수 있는지 완벽하게 알고 계셨다. 하나님께서 내 눈앞에 드리우시는 이 미끼들을 외면하기는 내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나님께 사로잡힌바 되어 그 뜻을 좇게 하실까 함이라 
    [디모데후서 2:26, 下]



    2010/08/27 - [† 청년백수, '예수'를 만나다./4. 교 감] - 17. 교 감 - 침묵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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