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5. 회 심 - 악 몽
    청년백수,'예수'를 만나다./2. 회 심 2010. 8. 24. 15:27



    사업으로 한창 바쁘게 지내던 2007년 어느 날. 나는 이런 꿈을 꾸게 된다.


    나는 물 위에 서 있었다. 
    발이 수면에 닿아 있었고, 발아래로 가끔씩 지나가는 고기떼들이 보인다. 날씨는 무척이나 맑았고,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이것이 꿈이란 것을 알았고, 나는 내가 서있는 곳이 궁금해졌다. 
    순간 내 몸은 그대로인 체로 시점만 공중으로 급하게 올라갔다. 
    한참 아래로 내가 바다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이 보이고, 그곳은 태평양 한 가운데였다.
    모든 방향에 있는 육지에서부터 가장 먼 지점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간다 해도 똑 같이 최장거리에 있는 해변들. 
    시점은 다시 내가 서 있는 곳으로 급히 이동했다.

    나는 수영을 할 줄 모르는데, 이 발을 뗀다면 다음 발자국은 수면 위에 머무를 수 있을까? 만약 발이 빠지지 않고 어느 한 방향으로 계속 걷는다 해도 아무 먹을 것도 없는 이 바다 위는 사막과도 같은 곳이다.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맑은 하늘 고요한 바다.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았지만, 그곳은 분명 지옥이었다.


    당시 주위 사람들과 이 꿈을 나눴을 때는 좋은 꿈이라 했다. 꿈 해몽 사이트를 뒤져보니, 큰 재물과 성공을 얻을 꿈이라 했다. 바다의 풍부가~ 어쩌고. 개~~ 뿔 그로부터 1년 후 나는 완전히 파산했다. 내 계획들과 꿈들은 모두 무너져버렸다.

    나 외에 다른 누군가의 책략도 모략도 없었다. 나를 강제한 어떤 사람도 없었으며, 나를 해할 목적으로 다가왔던 악인 하나도 없었다. 내 앞에 있었던 모든 선택의 순간에, 하필이면 매번 틀린 선택을 해 버린 탓이었다. 나의 모든 선택들은 잘 못 되었으며, 나의 모든 결정들은 어리석었다.

    내가 맞이하고 있는 이 현실이 그것을 증거해 주고 있었고, 아무리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으려 해도 나 자신만 더 비참해질뿐이었다.

    그로부터 1년가량 지난 그때 나의 상황이 이 꿈과 같았다. 내 모든 잘못된 선택들의 결과라면, 앞으로 또 내가 하는 선택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의 자존감(自存感)은 낮아질 대로 낮아져 있었다. 인생의 모든 선택에 대한 회의와 공포가 밀려왔다. 그 어떤 결정도 내리기가 무서워졌다.


    여태껏 계속 틀린 결정을 해 왔다면, 앞으로의 나의 결정은 또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의 주인으로써 나는 형편없는 주인임에 분명해 보였다.

    세상도. 나 자신도. 몰랐던 나의 20대 시절. 
    나는 내 생명이 다하는 날 지구와 온 우주가 멸망할 것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세계. 그것의 존재는 나와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나는 내 삶의 주인이자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무슨 일이든 내키 면하고, 아니면 그만이었다. 사람도 친구도 내 필요에 의해 만나고 사귀었다. 그들은 내 인생이라는 이야기에 들러리들이라 생각했었다.

    내 위로를 위해 친구들을 만났고, 내 기쁨을 위해 여자들을 만났다. 내 휴식을 위해 가족을 대했다. 사실 나는 나 외에 그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스스로 주인 노릇을 하려 했지만, 내 인생이라는 한편의 이야기 속에서 좋은 주인공 조차도 되지 못했던 것 같다.


    내 인생 이야기의 형편없는 능력의 이기적인 주인공. 그것이 나였다.



    2010/08/24 - [† 청년백수, '예수'를 만나다./2. 회 심] - 6. 회 심 - 내 것?

'청년백수,'예수'를 만나다. > 2. 회 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회 심 - 만 남  (0) 2010.08.24
7. 회 심 - 진짜 주인  (0) 2010.08.24
6. 회 심 - 내 것 ?  (1) 2010.08.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