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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 소 명 - 순 교
    청년백수,'예수'를 만나다./7. 소 명 2010. 9. 2. 11:11

    베드로가 가로되 주여 내가 지금은 어찌하여 따를 수 없나이까
    주를 위하여 내 목숨을 버리겠나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네가 나를 위하여 네 목숨을 버리겠느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요한복음 13:37~38]



    2008년 12월 14일이었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던 시간에서 불과 반년이 지나지 않은 날이었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에게 주신 변화와 기적들로 매 순간 감탄하고 있던 날이었고, 내 인생의 의심할 수 없는 증거! 담배가 끊어진 지 4일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그 어느 때 보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감동하고 있었고, 그 은혜로 충만해 있었다. 오지에서 선교하고 목숨을 걸고 예수님을 전하고,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믿음의 선배들처럼 되고 싶었다.


    그즈음 나는. 하나님께서 나를 선택하시고 부르셨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나는 그 뜻에 무조건 순종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어느 곳에 나를 보내실지라도 갈 것이고, 거기서 죽어야 한다면 순종하겠다며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있었다.

    정말 진심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교회를 갔고, 그날은 크리스마스 전 주일이었다. 한 자매가 내게 다가왔다. 해맑은 표정과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이번 크리스마스엔 오빠가 산타 클로스야."

    순간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어 보이긴 했지만, 무슨 이런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이어서, 사모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사무실로 데려가 그날 입을 산타 옷과 수염을 보여주셨다. 내 생각이나 의견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였고, 이미 결정되었으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통보였다.


    난 아이들이 참~ 싫었다.

    제 멋대로에다가 떠들고, 뛰어다니고, 대들고, 떼쓰고, 울고, 도대체 어떤 구석을 예뻐해 줘야 할지. 그리고, 내 외모 탓이었는지 5세 이전의 아이들은 나를 보면 십중팔구는 울었다. 내가 뭘 어쨌다고……

    심지어 운전할 때 골목에서 애들이 갑자기 뛰쳐나오는 것을 보면, 순간적으로 확 치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곤 했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나의 적이었다. 난 정말 아이들이 끔찍이도 싫었다.

    사람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았던 '산타 클로스'.


    나에겐 너무나 큰 시련이었다. 잊고 있었던, 그 '울컥함'이 올라와서 나를 삼키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과연 이렇게 배려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과연 거듭난 신자(信者) 들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크리스마스는 목요일이었다. 4일 동안 고민에 또 고민을 했다. 이 교회를 계속 나가야 하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전화를 해서 산타 클로스 못하겠다고 말씀드려야 하나? 아니면 그냥 집 근처 가까운 교회로 도망갈까? 성격상 알았다고 대답한 일을 번복하는 건 또 못하겠고... 아~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목요일 아침까지도 아내와 교회를 간다 안 간다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교회까지 가는 한 시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예배가 시작되었고,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시지만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겐 오직 그 촌스러운 산타 의상과 아이들 앞에 서 있는 내 모습만이 떠 올랐다. 상황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순간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다급해졌다. 산타 의상을 입으면 드러나는 것은 내 눈동자뿐이었다.


    '눈빛 만이라도 좀 선하게 해 주십시오~' 하고 기도했다.

    내가 아이들을 싫어하긴 해도, 아이들이 산타의 눈을 통해 내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시간이 되었고, 사무실로 뛰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내가 기르고 있던 수염 때문에 산타를 시키신다더니, 막상 수염을 붙이고 나니 내 수염은 보이지도 않는다. 또 잠깐 어이가 없어졌다. 아이들에게 나눠줄 선물이 들어 있는 빨간 자루를 어깨에 메고 본당까지 걷는 10여 미터. 며칠 전까지, 하나님 당신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기도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게 해 주셨다.


    하나님께서는 이 작은 일을 통해서 내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계셨다. 정말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것이 내 수준이었다. 순교는 고사하고 이 작은 일 조차 감당함에도 내 모든 개인적인 이유들을 갖다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장기자랑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본당 뒷문을 열어젖히며, 최대한 우렁찬 목소리와 호탕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고, 어색한 손으로 선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제발 부끄러운 이 어른과 눈이 마주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개는 푹 숙이고 있었다. 마지막 아이까지 선물을 나눠주고, 한번 더 큰 소리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황급히 뛰쳐나왔다.


    1년이 지나 2009년 크리스마스에도 '산타 클로스'를 했다. 여전히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작년과는 달랐다. 한번 더 해야 된다면, 기꺼이 할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현재로썬 완전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모든 상황과 타이밍을 주장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며, 너무나 작은 것으로도 자신의 계획을 이루어 가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2009년의 산타는 나에게 예언적인 행동을 하게 하셨다고 믿는다.


    그 시점에도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준비된 것을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역할로써의 임무. 그것이 내 사명이라는 것과 이제는 공급을 받고 도움을 받는 위치에서 공급을 하며 나눠주는 역할로써의 변화를 예언적으로 선포하셨다고 믿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또한 그 전달과 공급의 일의 일부이기도 하다는 것 또한 하나님 안에서 알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상황을 통해 나 자신 앞에 '진실의 거울'을 들이대시고 계셨다. 또, 그것은 교만의 자리에 앉지 않기를 바라시는 것이었고, 그것으로 당신의 계획안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를 끌어들이시기 위함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끊임없이 너무나 솔직하게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힘든 상황을 허락하신다. 아마 이것은 내 육체의 삶 동안 계속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시에 나를 더 정결케 하여 당신에게 더 가까운 자리로 이끌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호와의 말씀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달라서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 
    [이사야 55:8~9]




    2010/09/02 - [† 청년백수, '예수'를 만나다./7. 소 명] - 29. 소 명 - 헤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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