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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파 산 - 선 택
    청년백수,'예수'를 만나다./1. 파 산 2010. 8. 23. 13:26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케 하셨도다
    [시편 40:2]


     2007년 즈음부터 지금의 아내와 함께한 의류 프로모션 사업은 급속도로 기울어가고 있었고, 부채는 하루하루 눈덩이처럼 불어 가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발끝부터 가루가 되어 흩어지며 무너져내리는 내 몸을 무기력하게 보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나를 지탱하고 있고, 구성하고 있는 그 무언가가 사라져가는 느낌이었다.



    언제부턴가 내게서 ‘일’이란.. 나의 전부가 되어있었고, 내가 사는 이유였고, 나의 삶을 지켜주는 유일한 것이었고, 그것은 수년간 꿈꾸고 계획한 우리가 함께 그린 그림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나와 지금의 내 아내는 함께 사업을 하기 전부터 예술가들을 위한 새로운 지원방식에 관해 의견을 같이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업을 하는 이유 자체가 그 공통된 꿈을 향해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힘든 여건들을 이겨내며 나아갈 수 있었다. 사실 우리가 바라보는 이 “희망”이라는 것이 우리의 발목을 더욱 부여잡고 있었던 덫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너무 늦은 때였다.


    몇 해 전 나는, 결혼의 실패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수 차례 행동으로 옮겼고 그때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났다. 다시 회상해보아도 머릿속에서조차 그리 견딜만한 것이 못 되는기 억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되기 힘든 상처를 남긴 사건이었다. 그 모진 고통의 나날을 보낸 후 겨우 얻은 새로운 삶이었기 때문에 이번의 실패는 나에겐 더 큰 충격이었다.

    도무지 헤어 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을 통해 개인회생이라는 법적 구제제도를 알게 되었다. 만감이 교차했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서려면 이 제도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채무를 탕감받을 수도 있었고, 장기간 나눠서 갚는 방식이었다. 한 줄기 빛을 본듯했다. 새로운 희망까지는 아니었어도, 잠깐의 평안이 찾아왔다. 개인회생신청과 동시에 모든 채무독촉에 관한 금지명령이 법원에서 내려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남은 모든 돈을 탈탈 긁어모았다. 개인회생 신청 조건상 모든 재산을 일단 처분해야 했다. 보험도 모두 해약했고, 집은 1억여 원 가까이 손해를 보면서 급매로 처분했다. 십여 명의 일수 채권자들이 매일 가게로 찾아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법원에서 금지명령이 떨어질 때까지는 그들을 피해있을 방법도 없었다. 매일 그들과 대면해야 했다.


    어차피 개인회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한국 땅에 발붙이고 살생각은 없었다. 죽거나 도망치는 방법 외에는 길이 없었기 때문에 매일의 상황이 힘들긴 했어도 마음은 의외로 초연해지기까지 했다.

    그중 생명을 위협하는 식의 협박을 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리 겁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나 l 때문에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할까 봐서 매일 대면하던 일수 담당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컸다. 전쟁 같은 두 달이 지나갔고, 모든 서류를 준비해 법원에 제출했다.


    몇 주가 또 지났고, 법원에서 각 채권자들에게 ‘(채무독촉) 금지명령’이 법원 등기우편물로 송달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날 이후 어느 날 문득. 내 모든 과거가 주마등처럼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 삶의 모든 잘못된 선택들, 욕심들, 헛된 꿈들, 잘못된 방식들, 세상과의 부적절한 타협들……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한 것의 원인제공자가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가 없었다. 게다가 이전의 모든 나의 오기들, 객기들, 나의 어리석은 결정들, 그것들로 기인한 나와 내 주변의 고통들까지 순식간에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나 자신이 마치 먼지와 같은 무가치한 존재로 느껴졌다. 그것에 대한 인식은 나 자신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먼지 같은 존재 - 내가 느낄 수 있는 가장 무가치해 보이던 나의 모습 - 에서 한번 더‘완. 전. 한. 무가치함’으로 초광속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개인회생이라는 이 법적 구제제도가 경제주체로써의 나는 회복시킬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나를 다시 ‘사람’이라는 것으로 되돌려줄 수 는 없을 것만 같았다. 그것에 대한 직시는 나 자신이 죽어있는 것과 살아있는 것의 차이를 무엇으로 분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로까지 이끌어 내렸다.


    ‘죽음’, ‘자살’이라는 단어조차 내게는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존재의 사라짐에 대한 당위성을 전심으로 수긍하고 있었다. 내 속엔 어떤 울분도, 억울함도, 슬픔도 없었다. 
    생의 모든 의미가 사라진 상황에서 죽음으로 이르는 방법 따위도 무의미했다. 그저 그 ‘시간’만을 내가 선택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2010/08/24 - [† 청년백수, '예수'를 만나다./1. 파 산] - 3. 파 산 - 거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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