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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헐릴 집으로 이사를 왔다.
    묵 상/오 늘 2015. 8. 17. 12:04



    이사한 집으로
    아넬을 데려다 줄겸해서
    부모님이 올라 오셨다.

    주차를 하신 아버지.
    집과 주변을 둘러 보시고
    첫마디.

    "다 헐릴 집이네-ㅎ"

    ..

    아버진 평생 옷을 만드셨다.
    그런데. 사실은
    집을 뜯고 고치고 짓고 사고 파는 일에
    더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환갑 즈음에서야 알게 되셨다.

    그리고 그 촉은 매우 정확해서
    왠간한 부동산 업자들 보다
    눈이 예리하시다.

    ..

    여튼.
    난생 처음 와본 동네
    처음 본 골목. 쓰윽 돌아 보시고
    하시는 말씀엔 분명 뼈가 있었다.

    실제로 이 집은
    한 법인이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16억에 구매한 단독 주택이고
    우리 집을 포함해
    4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

    그 법인 대표는
    이 집 내부를 전혀 본적이 없다고 했다.
    1제곱미터당 천만원의 투자.
    그리고 지가 상승과 차액을 기다린다.

    ...

    아버지의 말씀은 사실
    어느 건물. 어느 마을에 적용해도
    진실이고 심지어 진리이다.

    곧.
    혹은 조만간.
    혹은 언젠가

    다 헐린다.

    ..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살고 있다.

    ...

    그리고 누군가는
    그것에 희망을 묻어 두고

    누군가는 현재적 천국을 누린다.

    내 입장이라면
    나는 이곳에서 거둘 희망은 없다.
    엄청난 월세와 대출 이자와 원금이 있을 뿐.

    하지만.
    매일 밤. - 지금 처럼 - 조용히 엄습하는
    위로와 안식과 평안이 있다.

    이사 첫날의
    요동과 분탕질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진짜가 슬슬 드러나는 중이다.

    그래서.
    그 언젠가 거둘 열매는
    그의 것 보다
    내 것이 더 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내의 그림 아래에

    들눠 있다.



    ...

    그림 차암 좋아요~
    마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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