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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일조 넘어 ‘텐텐’… 초대교회처럼 삶을 나누고 바로 세운다식사 공동체 ‘다이닝 처치’ 홍대청년교회
    묵 상/오 늘 2020. 10. 10. 20:22

    홍대청년교회 성도들이 지난 5월 경기도 고양 일산 캠프에서 예배를 드리며 손을 맞잡고 기도하고 있다. 홍대청년교회는 식사예배를 정예배로 드린다. 홍대청년교회 제공
    초대교회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성경 구절이 있다. 사도행전 2장 42~47절 말씀이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힘썼다.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했다.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에 따라 나눠 줬다. 마음을 같이 해 성전에 모이기를 힘썼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했다.

    2000년이 지난 지금 이 말씀 그대로 행하기를 힘쓰는 교회가 있다. 25년간 초대교회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예가교회가 있고, 그런 예가교회 모습을 보며 4년째 식사공동체로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홍대청년교회(이정재 목사)가 있다. 영어로는 다이닝 처치(The Dining Church)라 부른다.

    이정재 목사는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연구하다 보니 그들이 식사하며 나누는 모습에 눈길이 갔다.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예수님을 기억하며 예수님의 삶을 나눴고, 먹거리 문제도 함께 해결했다”며 “이런 모습이 우리 한국 사회에 있나 고민하던 차에 다이닝 처치를 시작했다”고 최근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 사람에 의한 카리스마적 리더쉽이나, 일방적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다. 주입식 교육은 너무나 일방적이다. 그게 진정한 교회의 모습일까”라고 반문하며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식탁은 편안함의 공간이었다. 거기선 권력 있는 자, 돈 있는 자가 기꺼이 공동체를 위해 섬겼다. 발을 씻기고 음식을 나눴다. 사회에 통용되던 개념과 정반대되는 모습,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홍대청년교회는 식사예배를 정예배로 드린다. 이 목사는 “예배를 정형화된 틀에 맞게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얘기하고 예수님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예배의 모습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예배를 식사로 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며 “미국에도 다이닝 처치가 있지만 식탁교제를 중요시하며 선교적 의미로 활용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목사에 따르면 홍대청년교회는 식사 준비로 예배를 시작한다. 이 목사는 남을 먹이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누구나 식사 준비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후 준비된 음식과 함께 자리에 앉은 사람들과 성만찬을 즐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꼭 예수님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다.

    초대교회 공동체를 지향하는 홍대청년교회의 이정재 목사. 강민석 선임기자


    식사가 끝나면 2부가 진행된다. 2부의 문은 헌주(獻奏)로 연다. 로마시대 로마인들은 식사 전 ‘로마 황제를 위해서’라고 외쳐야 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로마 황제 대신 ‘예수를 위해서’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삶을 나눈다. 이 목사는 “성도들끼리 삶을 나누고, 또 예수의 삶을 기억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얘기한다”며 “제가 중간에 짧게 말씀을 전하지만, 어떨 땐 이런 나눔의 내용이 더 설교같이 느껴진다. 이것이 살아 있는 예배고 교감할 수 있는 예배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먹고 마시고 나누는 걸 통해 누구나 하나님 나라에 참여할 권리가 주어진다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라며 “초기 기독교인들의 모습이었고, 21세기 우리가 다시 발견해야 할 모습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홍대청년교회의 초대교회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홍대청년교회 성도들은 경제공동체로 살아간다. 수입 10의 10(텐텐)을 전부 낸다. 사도행전 2장 말씀 그대로 모든 것을 내놓고 필요에 따라 나눠 쓴다. 매월 첫 주에 모여서 자신이 한 달간 쓸 예산을 공동체와 함께 협의한다.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셋째 주에 이를 말할 수 있다. 현재 홍대청년교회 성도 15명 중 2명을 제외한 13명이 텐텐에 참여하고 있다.

    텐텐은 성도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전까지 홍대청년교회는 십일조를 두 번 냈다. 10의 1은 하나님께 드리고 다른 10의 1은 성도들 복지비용으로 썼다. 그러다 2년 전 교인들이 “십일조를 두 번 했는데도 행복한데 다 하면 더 행복할 것 같다”며 텐텐을 결의했다. 처음엔 이 목사가 거절했다. 자신의 모든 수익을 드러낸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성도들의 요청으로 2년 유예를 결정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물론 강제는 아니다.

    텐텐 이후 홍대청년교회 성도들의 삶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과로로 직장을 그만둔 회사원은 공동체의 도움으로 사업에 도전했고, 쥐가 나오는 창고에서 잠을 자거나 고시원을 전전하며 끼니를 거르던 청년들은 이 목사와 함께 경기도 고양 일산에 아파트를 얻어 공동생활(인큐베이팅 하우스)을 하고 있다. 이 또한 공동생활이 목적이 아닌 각자의 자립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목사는 “될까 했던 일들이 되고 있다”며 “수익의 격차를 생각하며 계산하는 마음으로는 절대 옆 사람을 먹일 수 없다. 옆 사람을 먹이겠다는 마음으로 서로 돈을 내려놓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홍대청년교회는 예가교회, 전주 새누리교회 등과 함께 ‘디캡(DiKAP)’을 만들어 초대교회 모델을 21세기에 재현하려고 힘을 모으고 있다. 디캡은 가르침과 사귐, 빵, 기도를 뜻하는 헬라어 앞글자를 딴 단어다.

    이 목사는 “홍대청년교회가 양적으로 커지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진 공동체가 사회 곳곳에 점조직처럼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그것이야말로 교회가 커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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