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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론의 저녁 식탁묵 상/생 각 2016. 7. 11. 16:32
일을 마치고 퇴근 하신 아버지.
간단히 씻고 식탁에 앉는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막내도
아버지 옆 자리를 차지하고 식사 준비를 한다.
기름진 고기반찬과 유기농 채소가 멋드러진 그릇에 담겨
하나씩 아버지 앞 상에 자리를 잡는다.그렇게 가족의 저녁 식사는 시작되고
음식을 차려낸 어머니와
늦은 하교로 가장 나중에 자리를 한 첫째는
푸짐하게 차려진 아버지의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다듬은 채소의 꼬다리들을 담아 놓은
무늬없는 작은 접시와 물잔 하나씩을 놓았고,갓 돌을 지난 막내는 아버지가 식사가 끝날때까지
그릇도 음식도 물도 없이 빈수저만 연실 빨아댄다.
먼저 식사를 마친 아버지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눈물을 훔치는 아내와
빽빽 울어대는 막내와
이를 갈며 흐느끼는 첫째를 바라보며
흐믓하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난다.
2013/03/06 - [묵 상/세 상] - 은혜의 "만나".. 깨어진 리워야단의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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