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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파 산 - 실 패
    청년백수,'예수'를 만나다./1. 파 산 2010. 8. 23. 12:46



    진실로 각 사람은 그림자 같이 다니고
    헛된 일에 분요(紛擾)하며 
    재물을 쌓으나 누가 취할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시편 39:6]


    2008년 4월. 그날은. 이전 나의 인생 34년 중. 그 어떤 해와도 다름없이 찾아온 그저 그런 ‘봄날 ’이었고,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한 곳으로 분주히 걷고 있었다. 나는 이태원에서 구입한 ‘말대가리 가면’을 쓰고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오픈 기념으로 만든 적립 및 30% 할인쿠폰이 함께 들어있는 홍보 전단지였다. 세상에 너무 속고들 살아서인지 할인에 적립까지 해준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전단지를 받아 드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날의 하늘은 여느 때와 같이 높고 맑았고, 매일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삶의 수많은 의문들은 여전했지만, 그 순간 나는 생존해야 했고, 그 생존을 위해서는 이 전단지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전해야 하는 비장한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의 목소리로 떠들썩한 시기였다. 거리마다 큰 목소리로 정부를, 대통령을 비난하는 원색적인 목소리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전의 봄과 특별히 다를 것이 전혀 없어 보이는 서른네 살의 봄. 나는. 나를 향해 내 모든 것을 삼키며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는 거대한 것을 애써 외면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다

    그즈음 내게 남은 것이라고는 수중의 몇만 원의 현금과 5억 원 정도의 빚이었다. 그리고, '매달'이 아니라 '매일'지불되어야 하는 일수 납입금과 은행들에 내고 있던 원리금이 180만여 원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개인과 기관을 포함하여 30여 명 정도의 채권자들이 있었다.

    몇 해간 거래하며 우리 회사의 영업으로, 우리 회사의 오더로 유지되던 모든 거래처 들도 하루가 다르게 빚쟁이로 돌변하고 있었다. 매일 가게로 찾아오는 일수 수금업자들과 사채업자들에게 각각 6만 원에서 많게는 13만 원 정도의 상환금을 납입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약 5개월간 지속되고 있었다. 바퀴가 엄청나게 큰 자전거에 올라타고 페달을 밟고 있는 듯했다. 이 페달 밟기를 멈춘다는 것은 곧 추락을 의미하는 것 이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이제 무의미해져 가고 있었다. 나와 현재의 내 아내. 우리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고 이 부평까지 온 것이다.

    이것이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지 서로 나누지는 않았지만, 우리 각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지금의 내 아내는 어느 때보다 치성(致誠)을 드려야 했다. 개업식날에는 평소 자주 가던 사주카페에서 보살(菩薩)도 모셔다가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냈고, 가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그녀만의 의식을 치렀다.

    그리고 매일 가게를 열자마자 그 보살이 지정해 준 곳에다가 쌀이 담겨있는 그릇을 놓고 향까지 피웠었다. 어떤 종교에도 관심이 없었고, 미신도 믿지 않는 나였지만.. 솔직히 사람 이상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 또한 매일 아침마다 향에 먼저 불을 붙이며 일과를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살인적인 상황이었다. 두렵고 떨렸고, 도무지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미 잃은 많은 것들과 앞으로 내가 잃게 될 많은 것들이 너무나도 확연하게 내 인식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지만, 나는 내 모든 노력을 기울여 그것들 - 내정 신과 몸. 그 모두를 총체적인 파산으로 이끄는 그것들 - 을 외면하고 있었다.




    2010/08/23 - [† 청년백수, '예수'를 만나다./1. 파 산] - 2. 파 산 - 선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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