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집으로
아넬을 데려다 줄겸해서
부모님이 올라 오셨다.
주차를 하신 아버지.
집과 주변을 둘러 보시고
첫마디.
"다 헐릴 집이네-ㅎ"
..
아버진 평생 옷을 만드셨다.
그런데. 사실은
집을 뜯고 고치고 짓고 사고 파는 일에
더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환갑 즈음에서야 알게 되셨다.
그리고 그 촉은 매우 정확해서
왠간한 부동산 업자들 보다
눈이 예리하시다.
..
여튼.
난생 처음 와본 동네
처음 본 골목. 쓰윽 돌아 보시고
하시는 말씀엔 분명 뼈가 있었다.
실제로 이 집은
한 법인이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16억에 구매한 단독 주택이고
우리 집을 포함해
4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
그 법인 대표는
이 집 내부를 전혀 본적이 없다고 했다.
1제곱미터당 천만원의 투자.
그리고 지가 상승과 차액을 기다린다.
...
아버지의 말씀은 사실
어느 건물. 어느 마을에 적용해도
진실이고 심지어 진리이다.
곧.
혹은 조만간.
혹은 언젠가
다 헐린다.
..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살고 있다.
...
그리고 누군가는
그것에 희망을 묻어 두고
또
누군가는 현재적 천국을 누린다.
내 입장이라면
나는 이곳에서 거둘 희망은 없다.
엄청난 월세와 대출 이자와 원금이 있을 뿐.
하지만.
매일 밤. - 지금 처럼 - 조용히 엄습하는
위로와 안식과 평안이 있다.
이사 첫날의
요동과 분탕질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진짜가 슬슬 드러나는 중이다.
그래서.
그 언젠가 거둘 열매는
그의 것 보다
내 것이 더 클지도 모른다.
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내의 그림 아래에
들눠 있다.

...
그림 차암 좋아요~
마눌님~